나의 할아버지(淳字元字)께서는 나에게 華崗이라는 호를 지어 주시었다. 華崗은 華岳山 뫼뿌리의 뜻이다.

화악산은 가평. 춘천, 철원 세 고을이 맞닿은 경계에 장엄한 주봉이 우뚝 솟아 지붕을 이루 고 삼지 사방으로 우람한 줄기를 뻗어 높고 낮은 봉우리와 수많은 골짜기를 이루면서 크고 작은 마을들을 감싸 안고 있는 영산이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강원도 춘천군 서면 방동리는 동쪽으로 뻗은 화악산 큰 줄기가 잔뿌리 를 내려 동네를 감싸듯이 둥글게 울타리를 쳐서 마치 복 주머니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마을은 삥삥 둘러 산으로 싸여있고 오직 동쪽으로만 한 줄기 개천이 흐르고, 개천 따라 좁 은 외길 을 형성하면서 골짜기가 트여있다. 아침이면 이 골짜기를 통하여 눈부신 햇살이 온 동네를 비추고, 저녁이면 서쪽 화악산 너 머로 긴 석양을 남기며 노을이 진다.

이 골짜기는 마을 사람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나갔다가 저녁 햇살을 받으며 다시 들어오 는 유일한 통로이자 마을의 관문이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복이 들어오면 나갈 줄 모르는 상서로운 동네라고 믿고 있다.

마을로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인 신작로는 마을입구에 위치한 작은 다리를 지나자 바로 두 갈래로 갈라져서 동네 양쪽을 종주하며 거미줄 같은 샛길을 뽑아 낸다. 동리 양쪽 골짝에는 샘물들이 모여 작은 개천을 이루며 흘러내리다가 마을입구에서 한줄기 로 합류하여 지금은 의암호가 된 북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두 줄기의 개울 사이에는 꽤나 넓은 언덕진 들판이 있고 들판 한가운데에는 두개의 못이 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마을 뒤쪽 퇴골이라는 곳에서 물을 끌어다가 농수로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이 못물로 들판의 논에 물을 대어 농사를 지었다.

방동리는 크게 다섯 개의 부락으로 되어 있다. 마을의 한가운데를 '담보댕이'라 하고, 마을의 가장 위쪽인 서쪽 산밑을 '홍골'이라 하고, 마 을의 남쪽 산밑을 '당미'라 하고,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개울 북쪽 부락을 '한방골'이라 한다.

나의 집이 있는 동네는 마을의 입구이자 가장 동쪽에 위치한 '두둑뿌리'이다. 마을의 가장 위쪽이자 화악산이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멈춘 산등성이에는 고려태조 왕건 의 충절인 壯節公 申崇謙의 삼묘가 있고, 마을 입구 다리 옆 산기슭에는 이 마을이 배출한 독립투사 두 분의 묘가 있다.

동리로 들어오면 개울과 길이 마치 용의 수염처럼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용의 머리형상을 한 곳이 있는데, 그곳에 내가 태어난 우리 집이 자리잡고 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어느 겨울방학 때 고향집의 사랑채에서 화롯불을 사이에 놓고 근엄하 신 할아버지와 오손 도손 대화를 나누던 중 할아버지께서는 오른쪽 둘 째 손가락을 펴서 왼쪽 손바닥에 무엇인가 글씨 쓰는 흉내를 내시더니 내게 화강이라는 호를 지어 주시었 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마도 畵龍點睛의 고사를 염두에 두시고 당신의 장손이 사회의 목탁이 되 고 가문의 동량이 되기를 바라시는 간절한 정표로 이 호를 지어 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 각을 해 본다.

나는 비록 할아버지께서 바라셨을 지도 모를 큰 인물이 되지는 못하였으나 세상을 살아오 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나의 호에 담긴 깊은 뜻을 상기함으로서 인생의 지표를 확인하 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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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몸이 몹시 약하여서 잔병치레를 많이 하였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학질 때문에 고생하였고, 겨울부터 늦봄까지는 허구한날 감기를 끼 고 살았다. 조금만 과식하거나 색다른 음식을 먹으면 영낙 없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였 다.

명절 같은 때 어쩌다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한두 점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여 간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나의 할머니께서는 이러한 손자가 보기에도 딱하였든지 나에게 너는 커서 의생이 되라고 항상 말씀하시었다.

장성한 이후에도 나를 꾸준하게 괴롭힌 것은 지독한 소화불량과 빈번한 설사였다. 덕택에 나는 어려서부터 음식주의와 규칙적인 식사습관이 몸에 배었다. 술은 체질적으로 몸에 맞지 않음으로 과음은 돈주고 하라고 하여도 하지 못한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동무 이제마선생(東武 李濟馬)의 사상의학과 일본 니시카쓰죠(西勝造)선생의 자연치료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때부터 상당기간 식사 때에는 자연히 체질적인 배려를 하게되었고, 냉한 성질의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경향이 많았다. 훗날 나의 처는 나의 이러한 식습관 때문에 결혼초기에 돼지고기와 배는 사람이 먹으면 않 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이러한 식생활 때문인지 중년이후 위장기능은 많이 좋아졌다.

환갑이 지나서는 30년 가까이 피워오던 담배를 끊고 난 후 평생 정상치에 미달이던 체중은 정상으로 되었고 피로감도 상당히 감소하는 등 컨디숀이 많이 좋아진 느낌이다.

나는 자신이 한의사이지만 약을 좋아하지 않음으로 보약은 물론 그 흔한 건강식품 따위도 먹어본 일이 별로 없다. 다만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지만 과식은 피하고 하루 세끼는 반드시 챙긴다는 것이 나의 식사원칙이다. 나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강좌등에서 음식은 주식과 부식을 50%식 같은 양으로 하 되, 주식은 가급적 잡곡을 골고루 섞고 부식은 고기류 30%, 해조류 30%, 생야채 30%, 과 일 10%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내 스스로 이것을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기성세대처럼 침대생활을 좋아하지 않음으로 잠 잘 때는 방바닥에 얇은 요 를 깔고 가급적 얇은 이불을 덮으며 높지 않으나 공기가 잘 통하게 만들어진 베개를 베고 반듯하게 누어서 자려고 노력한다.

평평한 바닥에 반듯하게 누운 자세는 체중의 부하로 인하여 자연히 초래될 수 있는 척추의 눌림과 만곡을 교정하여 물리학적으로 바른 자세를 확보하여 주고, 얇은 이불은 잠잘 때 체표의 정맥울혈을 방지하고 피부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머리는 차게 하고 베개는 낮게 하라는 말이 있듯이 낮고 통풍이 잘되는 베개는 목과 어깨 에 무리를 주지 않고 머리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는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나름대로 간단한 체조를 한다. 첫 번째, 똑바로 누운 채 양손을 깍지끼어 목뒤에 대고 양쪽 발은 직각으로 세워서 붙이고 마치 물고기가 헤엄 치듯이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운동을 한다. 이 운동은 장관속의 내용물을 균등하게 하여 장운동을 촉진하고, 일상생활로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척추의 압박과 이로 인하여 초래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위화를 교정함으 로서 심신의 평형을 가져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 양쪽 손바닥과 발바닥을 합장하듯이 밀착시키고 팔과 다리를 폈다 잡아 당겼다 하는 운동을 반복한다. 이 운동은 전신의 근육과 신경을 긴장 및 이완시켜 심신의 평형을 초래하며, 특히 골반강 내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골반내 장기에 활력을 가져온다.

세 번째, 똑바로 누운 채 양쪽 팔다리를 쭉 펴서 수직으로 세우고 수족 을 흔드는 운동을 한다. 이어서 양다리를 쭉 편채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운동을 몇 번 반복하다가 팔로 체중 을 지탱하며 다리와 동시에 몸통까지 들어 올려 물구나무 스듯이 한 채로 다리를 흔들거나 전후 좌우로 제치는 등의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한다. 이 운동은 사지에 분포된 가는 혈관들의 모세관현상을 촉진함으로서 전신의 혈액순환을 촉 진하고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네 번째, 이것은 근래에 다시 추가한 운동인데 업드린 자세에서 양손을 허리에 얹고 숨을 깊게 드려 마신 후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상체와 하체를 들어 오렸다가 내려놓으면서 서서 히 숨을 내 쉰다. 이때 머리 속으로는 아래 배에 고인 단전의 기를 신체 전면중앙을 흐르는 임맥과 후면중앙 을 흐르는 독맥을 타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골고루 순환시킨다고 생각한다. 이 운동을 하면 마치 온몸 구석구석에 싸여있는 신진대사의 잔재들이 속속들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되어 몸과 정신이 모두 상쾌해진다.

다섯 번째, 자리에서 일어나 무릅을 꿇고 허리를 곧게 펴고 양손을 무릅위에 얹은 자세에 서 목운동을 한다. 목운동은 양쪽 어깨를 위아래로 올렸다가 내리기 50회, 머리 오른쪽 굽히기 10회, 머리 왼 쪽 굽히기 10회, 머리 앞으로 굽히기 10회, 머리 뒤로 제치기 10회, 머리 오른쪽 뒤로 돌리 기 10회 ,머리 왼쪽 뒤로 돌리기 10회, 양팔 좌우 수평으로 펴고 머리 좌우로 돌리기 10회, 양팔 수직으로 올리고 머리 좌우로 굽히기 10회, 엄지손가락 움켜잡고 팔굽 직각으로 구부 리고 수평으로 올린 채 팔과 턱 뒤로 제치기 10회의 순서로 한다.

여섯 번째, 목운동 자세에서 팔을 내려 양손 무릅위에 놓고 꼬리뼈를 중심으로 상체를 가 급적 크게 좌우로 흔든다. 몸이 좌측 혹은 우측끝에 도달할 때마다 호흡에 상관없이 아랫배에 힘을 주어 기압을 넣는 다. 이 운동은 복부운동과 척추운동을 결합한 것이다.

복부운동은 장의 윤동작용을 촉진시켜 변비와 숙변을 해소하고, 하복부에 기합을 가함으로 서 마치 단전호흡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척추의 좌우운동은 자연발생적인 척추의 고장을 그때그때 교정함으로서 물리학적으로 생리 적 척추를 확보하며, 복부운동과 결합시킴으로서 배꼽 좌측상부의 복강내에 위치한 태양총 과 척수에서 파출한 교감신경을 동시에 자극함으로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평형을 갖 어오고, 체액의 산.알카리도(ph)를 생리적 중성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건강의 조건을 陰陽和平이라고 말한다. 음양화평이란 정신과 육체가 일체가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때 정신은 가급적 무상무념의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어나서 샤워를 한다. 체조는 하지 않고 건너뛰는 날이 많으나 샤워만은 매일 한다. 나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샤워를 할 때 반드시 찬물로 시작하여 더운물로 옮겼다가 끝날 때 는 또 반드시 찬물로 마무리한다. 이것은 일종의 약식 냉온욕이라 할 수 있다. 냉온욕은 체표에 분포된 말초혈관들을 교대로 수축확대하는 작용을 하여 전신의 혈액순환 을 촉진시키는데, 열탕욕이나 싸우나등의 경우와는 달리 땀이 나지 않아서 수분, 염분, 비 타민C등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서 목욕 후 기력이 손상되지 않아서 좋다. 샤워를 하고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 저서 하루의 일과를 기분 좋게 할수있다.

소시적의 지독한 약골이 남다른 건강법 없이 장년이후 그 나마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은 이러한 일련의 생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어 스스로 자족할 따름이다. 그러나 무었 보다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신자세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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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지 같은데 가훈이나 인생관을 적으라는 난이 있으면 무어라고 쓸까 망서리다가 공란으로 남겨두는 일이 많았다. 자식들이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니까 우리집 가훈은 무어냐는 질문을 받게되었다. 그렇지 아나도 가훈을 하나 정해야지 하고 늘 생각하든 차에 자식들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 지 못하여 몹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가훈은 흔히 성현의 말씀이나 고사성어 같은데서 따오는 일이 많으나 나는 분수를 지키고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서 "守分善生"이라 지었다.

우리 연대는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에 아이 들에게 근검절약하는 정신을 길러주겠다는 뜻이 있었지 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몹시 수세 적이어서 진취적 기상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분수를 지키고 자기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사회질서는 얼 마나 밝아지고 가정생활은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강단에 처음 섰을 때는 정하여진 강의시간을 계획된 내용으로 꼬박 메웠으나, 차차 세월을 더하여 감에 따라 학생들에게 잔소리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중 하나가 學而不思則罔이요 思而不學則殆라고 하는 구절이다.

한의학은 엄연한 자연과학임에도 불구하고 원리는 동양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음으로 자칫 관념논에 흘러 객관성을 결여하거나 혹은 무조건적으로 과학사상에 탐닉하여 학문의 진면 목을 터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찌 한의학의 문제만이겠는가. 수없이 바뀌는 문교정책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교육제도를 보면서 "學而思之"는 시대를 초 월한 교육리념이요 학문하는 방법논이어야 함을 새삼 되 뇌이게 된다.

인생은 하나의 경영이라 생각한다. 가정생활도 경영이요 직장생활도 경영이다. 그러나 내가 경영을 처음 실감한 것은 병원장의 직책을 맡고 부터다. 가정으로부터 국가기관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의 심정은 같다고 생각 한다. 인사, 재무, 조직, 능율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마음은 급하고 성과는 더디다. 이때 나는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늘 보아오면서도 깨닷지 못하고 있던 사실 하나를 뒤늦게 터득했다.

그것은 以農心行이면 無不成之라고 하는 논어의 글귀이다. 농사군들은 결코 서둘지 않고 가을의 수확을 성급하게 바라지 않는다. 때가 오면 씨를 뿌리고 모를 내며 풀을 뽑고 거름을 줄뿐이다. 그것이 농사꾼의 관심사인 것이다. 그러게 하면 가을은 반드시 오고 풍요로운 결실도 보장된다. 과정을 중시하는 마음가짐 "以農心行"은 나에게 중요한 생활훈이 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고 하는 일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가끔 결혼주례를 스게 된다. 목사라면 성경을 인용하면 될 것이고 불교를 믿으면 불경을 인용하면 될 것이다. 비단 종교인이 아니라도 인생이 살아가는데 있어 교훈이 되는 내용이라면 引用 못할 것도 없지만 성경이고 불경이고 지식이 없으니 그럴 처지도 못된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화목을 주제로 주례사를 한다. 家和萬事成이라는 고언도 있지만 화목은 우리 모두의 가장 보편적 가치요 반드시 지켜져야 할 덕목임에 틀림없다. 흔히 사랑만이 최고선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인간사회에서 화목 없이는 사랑도 행복도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러면 화목이란 무엇인가. 화목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라 나는 해석 한다. 그렇게 강조되고 있는 충효사상이나 자비심 또는 사랑까지도 인간관계를 돈후하게 하기 위 한 덕목이 아니겠는가. 나의 가족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갖는 것 "敦人篤間" 그것은 나 의 소박한 바람이요 인생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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